우선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내 입장을 몇가지 밝혀두고자 한다. 나는 인천유나이티드를 지지하는 팬이며 그들의 입장과 시선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대전과 관련된 당사자들 또는 기타 당사자들과 나의 입장은 다를 수 있으며 감정적으로 불쾌한 내용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이 공간은 공적인 공간이 아닌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적인 공간이므로 내 글에 대해 반하는 입장을 가진 분은 차분히 댓글을 남기시거나 또는 다른 블로그를 보시길 권한다.


일단 축구장에서 폭력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이 글에서 언급할 가치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폭력은 축구장이든 어디든 있어서는 안될 일이며 이를 어길 경우 도덕적/법적 기타 여러가지 책임을 지게 된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사실 축구장에서 폭력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표현은 축구장에 폭력이 다른 곳에 비해 만연하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축구장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나, 축구장에서만 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축구장의 폭력이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폭력이 일어나지 않을 법한 배경에서 그런 일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조폭들의 세력다툼이 일어나는 나이트클럽에서 폭력행사가 있을 때는 이정도로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유티가 폭행당하면 많은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루고, 팬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럼 왜 축구장에서 '생각보다' 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걸까? 왜 축구장에서 폭력이 일어나면 모두들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 걸까? 축구팬의 오만한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나는 그 이유가 축구에 대한 몰이해, 또는 인식의 괴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원래 축구는 전쟁과 폭력의 연장에서 유래된 스포츠이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싸움'을 문명화한 행위라고 볼 수 있지만 축구라는 스포츠는 지역간 갈등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스포츠라는 점과 개인이 아닌 단체가 상대 단체의 제압을 목적으로 행해져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축구는 근본적으로 단순히 체력 단련과 레저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기 보다는 상대를 이기고 정복하고자 하는 목적을 암묵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폭력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이런 인식은 일반적으로 주말에 레져를 위해 축구장 또는 다른 운동경기를 관람하러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식과는 매우 동떨어져있다. 아기를 데리고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 보다는 도란도란 김밥을 싸들고 음료수를 챙겨와 잔디 냄새가 나는 야외에서 축구 경기를 즐겁게 즐기고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축구 관람은 영화 관람과 근본적으로 같은 행위이다. 즉, 다른 목적이 아닌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폭력이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당황스럽고 이상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차이가 나는 관중 또는 기타 관련자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축구를 가장 하드코어하게 즐기는 사람들, 이른바 서포터들은 이 두 가지 인식 중에서 첫번쨰 인식에 가까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축구는 삶의 (매우 중요한) 일부분이며 내 축구팀이 곧 나의 분신이다. 내 팀이 이기면 내가 이긴 것이며 내 팀이 조롱을 당하면 곧 내가 조롱을 당한 것이 된다. 따라서 이들은 축구를 위해 자기가 가진 많은 리소스를 아낌없이 투여한다. 엄청나게 추운 날 경기 중 딱 한번 올렸다 내릴 거대한 통천을 하나 만든다고 자기 생돈을 내고 아침 일찍 나와 운동장만한 천조각에 페인트칠을 한다. 그것이 이들에게 아주 의미있는 일이다. 


반면 주말의 레저 활동으로 축구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은 황당할 뿐이다. 그깟 공놀이에, 왜 그런 노력을 들이고 왜 그렇게 흥분하는지? 그냥 영화 관람 대신 축구장에 온 사람들에게, 축구 경기는 단지 여가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이곳에 와서 '불편함'을 겪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극장에 갔는데 영화는 제대로 안나오고 앞에 앉은 관중들이 지들끼리 싸우는것을 본다면 이들은 매표소에 가서 환불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는 축구장에 오지 않는다.


숫적으로는 두번째 유형의 팬들이 훨씬 많다. 언론과 여론은 대부분 두번째 유형의 팬들 시각에서 축구장을 바라본다. 하지만 축구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세력은 소수지만 첫번째 유형의 팬들이다. 이들 사이의 괴리는 여러가지 유형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갈등이 생긴다. 응원이 너무 어렵다. 깃발 흔들지 마라. 욕설을 하지 마라. 홍염을 터뜨리지 마라. 그리고, 폭력을 행사하지 마라까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폭력에 대하여 인식하는 태도는 크게 다르다. 하지 말아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 감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로. 


결과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면,

1) 축구장의 폭력은 단순히 몇몇 서포터가 또라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고, 축구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차이에서 발생한 복잡한 문제다.

2)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면 축구장에서 폭력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3) 그리고 축구장의 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런 복잡한 배경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며, 단순히 철창을 하나 친다고 해결될 수 없다.

4) ) 어찌되었건 축구장에서의 폭력은 불필요하며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자료: http://harupang00.blog.me/120155865716>


<자료: http://gagamal010.blog.me/20154108385>


그날의 사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겹친다. 만약 그 대전팬이 유티를 폭행하지 않았다면, 또는 그가 유티와 접촉하기 전에 제지할 수 있었다면. 유티가 폭행을 당한 다음 폭행 당사자가 강력히 제압되고 대전팬들이 격리되어 퇴장조치되었다면. 인천팬들이 원정응원석에 도달했을때 인천팬과 대전팬들이 대면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있었지만 모든 기회들이 무산되었다. 


대전팬들. 유티 폭행에 대한 사과문에 유티가 당신들을 도발했다는 이야기는 언급될 필요가 전혀 없다.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앞으로 어떤식으로든 타팀팬들을 조롱했을때 두들겨 맞을 각오가 되어 있나?

인천팬들. 내 식구가 내 집에서 개패듯이 맞았는데 그냥 잘 가세요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직접 대전팬들과 충돌한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손해가 될 일이었다. 쉽진 않았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대전팬들과 직접 충돌하기 보다는 그들이 도망할 수 없도록 포위해서 경찰에 넘기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그렇게 하기 어려웠을 것을 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축구를 즐기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될 때는 그들이 내 방식대로 축구를 즐기지 못하도록 제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우리 열정을 뜨겁게 불태우자. 다만 남의 집을 불태우지는 말자.


O_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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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ㅇ 2012.03.29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았습니다. ^^

  2. 2012.03.29 1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피치위에. 2012.03.30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 식구가 내 집에서 개패듯이 맞았는데 그냥 잘 가세요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말에 100000% 공감합니다.

    • OldSport 2012.04.01 2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일단 그시점까지 갔다면 충돌을 피하기 어려워지는건 자명하죠... 직접적인 충돌이 없도록 누군가 제지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게 없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쨌거나 충돌 자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변명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매경기 언론 헤드라인을 휩쓸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일단 이날도 무지 추웠다. 요즘 날씨가 3월 말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추운데, 원래 일상적인 공간보다 추운 축구장에 바닷바람이 매서운 인천이라는 요소가 겹치며 정말 무지추웠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 경기에 비해서는 덜 추웠지만...


일단 관중. 집계된 관중이 실 집계라는 점을 감안해도 정말 안습인 2000명대... 여기가 바닥이라고 생각해야겠지만, 정말 안타깝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냥 허망하게 날려버리고, 오히려 손님들을 쫓아낸 격이 되었으니... 일단 날씨가 전혀 도와주지 않은 점과 다른 구장들도 실 집계 시작 이후 2000대 숫자들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약간 희망적..?


그리고 경기력. 몇몇 축구전문가(?)들은 이날의 경기력에 대해 역시 꼴지들답다 식의 평가를 내렸는데, 뭐 난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런 의견들은 가볍게 무시해주고... 어쨌거나 인천유나이티드 2012 시즌 최상의 경기력이었다. 날씨가 역시 무지 추웠음을 감안하면 괜찮았다고 생각이 들고, 마무리에 있어서 세밀함이 부족한 점과 결정력이 부족한 것을 제외하면 좋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특히 전반에 대전을 몰아세우던 압박은 굉장히 훌륭했다.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적극적인 압박과 짧은 패스가 두세차례 이어지는 장면들이 여러번 만들어졌다. 후반에 골을 넣고 나서 수비라인이 뒤로 밀리면서 대전에 여러차례 기회를 준 점은 아쉬웠다.


다음은 김남일. 김남일의 퍼포먼스 역시 이번 시즌 들어 최상. 일단 공을 잡으면 노련미가 느껴진다. 키핑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허둥대지 않고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는 움직임, 그리고 수비에서 압박을 리딩한 모습이 멋졌다. 물론 첫번째 골장면에서 설기현에게 준 킬패스는 이날 플레이의 정점. 김남일이 나가고 손대호가 들어오면서 수비라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게 우연은 아닌듯 하다.


김재웅. 개인적으로 이 경기의 MoM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2골을 넣은 설기현과 클래스를 보여준 김남일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기대치를 충족시켰다고 볼 수 있고. 예상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기준으로 본다면 김재웅이 손꼽힌다. 지난시즌 말미에 주전에서 밀리고 등번호도 다소 생뚱맞은 36번을 받으면서 짧은 커리어 탓에 재기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는데, 성실한 태도의 영향인지 (축구클리닉을 하다 보면 가끔 한교원과 같이 나와서 개인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쟁쟁한(..까진 아닌가) 동료들을 제치고 당당히 선발급 멤버로 활약하는 김재웅. 자신감있는 돌파로 기회를 만들어내고, 특히 패널티킥을 따낸 장면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아직까지는 롱런하는 모습을 못보여준 김재웅이기에, 앞으로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꼭 기원한다. 특히 번즈가 돌아오면 후보로 밀려날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한덕희와 지경득. 인천유나이티드 2군 출신의 대전시티즌 선발 멤버들. 자기를 버린 팀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를 악물고 뛰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대전 선수들 중에서는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기량이 낮은 팀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일 수는 있지만, 저정도로 뛰는데 작년에 왜 인천유나이티드 1군에 못올라왔는지가 의아해진다. 특히 작년 및 재작년 허감독이 온 이후 1군 선수들의 기량을 생각할때면...


어쨌든 좋은 경기를 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숭의에서의 첫번째 골은 올드스타들의 합작품으로 멋지게 만들어졌고 두경기만에 첫번째 승리도 따냈다. 경기장에 관중은 적었지만 개막전에 비해서는 경기에 대한 몰입도는 훨씬 높았다. 그리고 기회가 만들어졌을 때 관중의 호응은 사람이 1/7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개막전보다 더 많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 아마 이 경기에 온 관중들은 그 추운 날씨와 지난 경기의 거지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정말 좋아해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매우 즐거웠다.


* 경기 종료 후의 일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룰 예정.


O_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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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 Looney Olds 2012.03.27 1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시즌 경기를 다 보고 있는데 승리 할만한 경기력이었고 제일 잘해주었습죠. 반도가 잘 자리잡고 좌우로 패스연계 해주는게 제일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ㅋㅋ 그리고 이보는 정혁보다 창의적이고 개인능력이 좋아보여서 앞으로 정혁의 자리가 위태로워 보입니다ㅠ 앞으로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이날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고무적인데.. 쉽지는 않겠죠;

    • v. Looney Olds 2012.03.27 17: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참. 그리고 지경득은 대전과 잘 맞나 봐요ㅎ 전북때도 날라다녔다고 하던데...

    • OldSport 2012.03.27 2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난도는 보이지 않는 활약을 해준듯. 이전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 정혁 요즘 어렵다... 왜그러지? 그런 모습은 처음보는듯. 강팀과의 경기의 경기력은 이미 우리가 본 그대로를 기대하면 될듯 ㅠㅠ 여튼 마수걸이 승리를 했으니 이어가야지!




4월부터 시작!

앞으로 가급적 매 클래스 이후 후기를 올리도록 해보겠습니다. ^^

O _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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